[한국법률일보] 건축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아 최대 36층으로 신축 중인 아파트로 인해 인근 종교시설의 일조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게 5천6백여 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조정민 부장판사, 이상언·장윤실 판사)는 성당의 소유자인 A재단법인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총 5천650만8천 원과 그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최근 선고했다.(부산지방법원 2020가합49641)
부산 진구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08년 3월 6일 관할관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B조합은 A성당 인근에 지상 28~36층 아파트 6개동을 신축하는 정비사업을 하고 있고, 현재 골조공사가 거의 완료돼 가고 있다.
이에 A법인측은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수인한도가 넘는 일조방해, 천공률 감소 등에 따른 생활이익의 침해, 사생활침해가 발생했다. 특히 성당의 본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빛은 종교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에도 일조가 현저히 부족해 그 가치의 하락이 현저하다.”고 주장하면서, B조합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재산상 손해 합계 5억3천456만1천 원(= 일조방해 관련 343,947,000원 + 생활이익침해 관련 190,594,000원 + 사생활 침해 20,000원)과 위자료 1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999년 6월 4일 사용승인을 받은 성당은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 지붕 4층 건물과 조적조 스라브지붕 단층 부속건물로 구성돼 있고, 사제와 수녀들이 생활하는 사제관(AA), 수녀관(AB), 종교집회시설인 본당(AC)과 부속건물(AD)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이 사건 피고 B조합측은 “성당은 종교시설로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한 생활이익과 같은 정도의 일조권을 향유한다고 볼 수 없어 통상 주택에 관한 일조권 침해와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인근에 피고 아파트와 같은 규모의 건물이 신축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누렸던 천공조망은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이 노후주택에서 생활하는 동안 누렸던 반사적 이익에 해당하고,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도 “원고는 재단법인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낄 능력이 없으므로 위자료는 청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AA와 AB부분은 대부분 3종 일반주거지역에 지어진 건물인 점과 AA와 AB부분에 거주하는 사제·수녀들에게 보장돼야 할 최소한의 주거환경의 기준이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와 특별히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감정인이 통상적인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분석한 AA부분의 4층과 AB부분에 대해서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C와 AD부분에 대해서는 "일조권은 주로 쾌적한 환경을 누리기 위한 거주자의 이익으로서 보장되는 권리이고, 종교적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일조가 필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AC부분에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통상적인 주거용 건물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부지의 형상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성당의 동측 방면에서 항구적인 일조를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 AC부분이 위치한 부지는 준주거지역에 해당하므로, 그 동측 방향에 향후 용적률 및 층고가 높은 건물이 향후 지어질 수 있다는 점은 원고로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AD부분은 부속건물로서 공 부상의 용도가 원래 창고(용기보관실)인 점, 이 사건 아파트가 지어지기 이전부터 이 사건 AD부분에는 동지를 기준으로 총 일조 2시간 31분 연속일조 2시간 10분의 아주 제한적인 양의 일조량만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하여 AC와 AD부분에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먼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특히 도심지역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사자의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으므로, 인접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로 인한 일조이익 침해를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면서, “피고가 관계 법령상 건물의 이격거리 내지 높이 등을 모두 준수하고 행정관청에서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 중인 것으로 보이고, 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일조방해가 있어도 일반적으로 수인한도를 넘지 아니하면 위법행위가 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시가하락이 있어도 이는 인근 부동산 소유자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하는 것이므로, 비록 가해건물의 신축이 위법행위로 평가돼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종전 건물이 있었을 때보다 늘어난 침해 부분 전부에 대해 그 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형평의 원칙상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일조권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쾌적한 주거환경에 관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종교법인인 원고가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로 인해 어떠한 정신적인 피해가 있다고 상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