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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법조출입기자단 제도 위법·부당함 명백···법원·검찰은 기자단 외 언론사 취재제한 중단하라”

‘법조기자단 문제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회피한 대법원 판결’
[한국법률일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조영선 변호사)법원과 검찰은 법조출입처 제도를 개선하라는 성명을 내고, 현행 법조출입처제도가 기본권적·법치행정 측면에서 위법·부당함은 명백하다면서 법원과 검찰이 법령상 근거 없는 기자단 외 언론사의 취재 제한을 중단하고, 법언·검언유착의 여지를 끊어내는 제도적 보완을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대법원은 2022. 12. 1. 인터넷신문사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고등법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52300 판결).

이 소송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인터넷신문사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서울고법은 해당 내용은 출입기자단에 문의하라 회신했고, 이에 미디어오늘이 이를 거부처분으로 보고, 20213월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이 사건 거부처분이 법률에 근거가 없어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7308)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서울고등법원장의 위 거부처분 통지가 종국적이고 실질적인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고, 절차를 안내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제1심을 취소하고 각하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2174480)

미디어오늘은 인터넷신문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 그 절차절차 안내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지적하려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구체적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이를 확정한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 대법원 판결이 법조출입처제도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명했다.

민변은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신 이를 도구로 언론을 길들이는 행태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민변은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대해 독점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취재를 용이하게 하고, 속보와 단독을 입맛대로 배분하며, 법조기자단에 속한 언론이 영리를 위해 이에 순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이상 언론과 법조는 시민이 기대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결코 형성할 수 없다.”면서, “언론이 법원과 검찰에 유화적인 태도를 벗어나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러한 법조출입처 제도의 문제는 언론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저해해 저널리즘을 손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법원 및 검찰과 언론 사이의 이해관계에 기인한 보도가 이루어질 우려를 낳는다.”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할 수 없고,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짐은 물론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법원 및 검찰과 언론의 유착 논란을 낳는 법조기자단은 법률적 근거 없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 된다. 법원 및 검찰은 내규, 예규에 따라 기자실을 설치하고 기자단 내부에서 가입 및 구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이에 어떠한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제1심판결에서 기자단에게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여부를 위임한 것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기자단 내부에서 기자단 구성과 가입을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기자단을 구성하는 언론사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다른 언론사들의 진입을 차단하게 되는 문제에까지 이어지게 된다.”면서,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언론이 법조 관련 보도를 위해 법조기자단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이러한 법조출입처제도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각하한 대법원의 판결은, 당장은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법조기자단 문제를 개선할 기회를 잃은 것이고, 크게는 법원 및 검찰과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권언유착에 대해 손을 놓음으로써 자기 조직에 대한 다양한 의견개진을 차단한 것이고, 더 나아가 언론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할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같은 맥락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이 사건 1심 판결이 판단했던 점에 비추어보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조출입처제도는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 2. 9. 검찰과 법원의 법조기자단 외 언론사에 대한 취재권 침해 사건(2020진정0891600) 결정에서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 언론사의 취재지원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의견표명을 했다.

서울행정법원도 1심 재판에서 본안판단을 하면서 기자실 사용허가 및 출입증발급허가는 서울고등법원장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이를 맡길 수는 없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해야 하며, 이를 법령상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제3자에게 미루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민변은 끝으로 행정소송에서 다룰 수 있는 처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현행 법조출입처제도가 기본권적 측면, 법치행정의 측면에서 위법, 부당함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법원과 검찰이 법조출입처제도의 법적, 사회적 문제점을 인식할 것, 법령상 근거없는 기자단 외 언론사의 취재 제한을 중단할 것, 조직의 편의에 안주함이 없이 법언유착, 검언유착의 여지를 끊어내는 제도적 보완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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