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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변호사회 “부재중전화 이용 스토킹범죄 1심 무죄 판결에 유감···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맥락 간과”

“온라인상 다양한 스토킹행위 현행 스토킹처벌법 처벌대상에서 제외돼···법개정해야”
[한국법률일보] 헤어진 연인에게 4시간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스토킹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 판결이 나오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스토킹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을 간과하고 스토킹 피해 행위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 법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인천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인천지방법원 2022고단5049)

A씨는 20223. 26.부터 6. 3.까지 헤어진 연인인 B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A씨와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연락을 계속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고, 경찰관으로부터 스토킹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받았음에도 발신표시제한기능을 이용해 4시간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 등으로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해 B씨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었다.

이 사건 1심 재판을 심리한 정희영 판사는 무죄 판결 이유로 “A씨는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전화가 표시된 상황으로, 전화기에 울리는 벨소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으므로 <스토킹처벌법> 2조 제1항 제1호가 정의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법리적 근거로 휴대전화 벨소리가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음향에 해당하지 않는다.”2005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이에 인천지방검찰청은 법원이 법리를 오해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 변호사)는 이러한 1심 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보호 및 안전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이 전혀 다름을 간과했고, 스토킹행위의 정의규정을 지나치게 법기술적으로만 해석해 스토킹 피해 행위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 문제되는 정의규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스토킹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 맥락에 대한 판단 등을 통해 한층 더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 유형을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적 열거 방식의 정의 규정은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스토킹행위를 제대로 포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토킹처벌법>의 존재 이유이자 궁극적 목적인 스토킹 피해자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스토킹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스토킹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22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다 2021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률이 스토킹행위를 스토킹 피해 현실, 스토킹범죄의 특성, 진화하는 스토킹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 제대로 정의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스토킹처벌법>상의 스토킹행위의 정의 규정에 관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끝으로 법률을 집행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에 대해서도, “피해 현실과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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