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보호 좌회전 중 비접촉 교통사고, 내 잘못 없다고 현장 이탈···법원 ‘뺑소니 유죄, 벌금 500만원’
  • 수원지방법원 조현권 판사···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 유죄
  • [한국법률일보] 비보호 좌회전 중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운전으로 인해 맞은 편 직진 차량이 사고가 난 것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인정돼 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죄로 처벌받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조현권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벌금 500만 원의 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5. 3. 25. 오후 5시 30분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주유소 앞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K3 승용차를 몰고 비보호 좌회전 신호에 따라 외대 사거리 방면에서 풍산아파트 방면으로 좌회전을 시도했다. 그런데, 당시 맞은편 차선에서는 B씨(43세 남성)가 K5 차량을 운전해 녹색 직진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비보호 좌회전 구역에서는 직진 신호 시 맞은편 통행 차량의 유무를 잘 살피며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이를 게을리한 채 막연히 좌회전을 했고, 이로 인해 놀란 B씨가 A씨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급하게 핸들을 우측으로 꺾으면서 차량의 앞 범퍼가 도로 연석을 강하게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비접촉 사고’로 B씨는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고, 차량 수리비로 약 282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A씨는 곧바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법적 의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다.

    이후 수사기관에 적발돼 약식명령을 받은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형사재판에서 A씨는 “당시 나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몰라서 그냥 가던 길을 같다.”라는 취지로 항변하면서 도주의 고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조현권 판사는 사고 당시 영상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반대편에서 자동차가 오고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무작정 좌회전을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피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피고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조현권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의사로 위험한 좌회전을 하였고, 이후 사고가 발생한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그대로 가던 길을 갔으니 도주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의 잘못된 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 피고인 스스로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되뇐다고 하여 사고 발생에의 피고인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피고인의 도주의 고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판시 각 범행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조현권 판사는 결국 A씨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방법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해 볼 때 기존 약식명령에서 정한 형을 변경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벌금 500만 원의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된다.

    이번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물리적 충돌이 없는 비접촉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운전자의 원인 제공 사실이 입증되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뺑소니) 혐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사고를 유발한 원인 제공자는 반드시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 구호 조치를 하고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자신의 주행으로 인해 타인의 교통사고가 유발된 정황을 인식했다면, ‘직접 부딪히지 않았다.’거나 ‘내 과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번 판결은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6-10-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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