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시내버스 기사가 승객의 착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해 승객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버스기사가 형사절차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버스회사와 버스공제조합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상자료가 없는 사건에서 운행자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박모씨(79세)는 2025년 5월 시내버스에 승차해 좌석으로 이동하던 중, 버스기사가 승객의 착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하면서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늑골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 발생 후 박씨는 버스회사에 사고처리를 요청했지만, 버스회사는 “경찰에 신고하고, 배상을 받고 싶으면 민사소송을 하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다 시일이 지나면서 사고 당시 버스 내부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은 모두 삭제됐다. 이후 경찰은 객관적인 영상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버스기사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박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해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버스회사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공제조합’)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버스기사가 형사절차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버스회사와 버스공제조합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자로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였다.
박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오동현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버스 운행은 단순한 주행뿐 아니라 승객의 승·하차를 위한 정차와 출발 과정까지 포함되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자책임’은 운전자의 형사책임 인정 여부와 별개로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 남근욱 부장판사는 원고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버스회사와 버스공제조합은 공동으로 치료비 18만4,900원과 위자료 100만 원 합계 총 118만4,9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박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경주출장소 오동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운행 과정에서 승객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운행자의 주의의무를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다.”라면서,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객관적 영상자료가 부족한 교통사고에서도 다양한 증거 확보와 법리 검토를 통해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앞으로도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증거 부족이나 소송 부담으로 정당한 권리구제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증거 확보와 전문적인 법률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법률복지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