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간편심사형 유병자보험 가입자가 과거 진단검사를 위해 병원 병동에 약 5시간 체류하며 행정상 ‘1일 입원’으로 처리된 기록이 있더라도,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것을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기에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의 배우자 B씨는 평소 협심증 의심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 일반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2023년 8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이하 ‘메리츠 보험사’)의 ‘간편 심사형 유병자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B씨는 청약서상 기재된 유병자용 질문 중 “최근 2년 이내에 질병이나 상해사고로 인하여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이후 B씨는 2024년 1월 불안정 협심증 진단을 받고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게 됐고, A씨는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메리츠 보험사는 보험 가입 약 7개월 전인 2023년 1월 B씨가 관상동맥조영술 검사를 받으며 병원에 수 시간 체류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병원 기록상 ‘1일 입원’으로 기재돼 있고 입원료가 산정되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 당시 “최근 2년 이내 입원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메리츠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소송을 제기해 부산지방법원 민사16단독 오세영 부장판사가 심리한 1심에서 승소했으나, 메리츠 보험사가 항소하자 항소심 대응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관상동맥조영술 검사를 위해 수 시간 병원에 체류한 것이 보험 약관상 ‘입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를 보험 가입 당시 알리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은 ‘이 사건 보험이 일반 보험과 달리 병력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편 심사형 보험’이라는 점’에 주목해, “간편 심사형 보험은 제한된 질문을 중심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상품인 만큼, 약관 내용 역시 평균적인 소비자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순한 병원 체류시간이나 행정상 입원 처리 여부만으로 입원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치료 내용과 환자 상태, 지속적인 의료적 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구조공단측은 이를 위해 “▶검사 시간이 약 20분 정도에 불과했던 점, ▶검사 후 특별한 처치 없이 회복실에 머물다 귀가한 점, ▶실제 입원실에 입실한 사실이 없는 점, ▶담당 의사가 외래 진료 수준의 처치라는 취지의 소견을 밝힌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윤영 부장판사, 고병용·김민순 판사)는 “단순한 병원 체류나 행정상 입원 기록만으로 약관상 ‘입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일반 소비자가 해당 사실을 보험 계약상 알려야 할 ‘입원’으로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설령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과 이 사건 보험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메리츠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김기범 공익법무관은 “이번 판결은 최근 보험 시장에서 ‘유병자도 가입 가능’, ‘간편 심사’ 등을 내세운 보험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실제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과거 병원 기록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되는 현실에 대해 소비자 관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다.”라면서, “보험약관 해석에 있어 단순한 형식적 기록이 아니라 실제 치료 내용과 환자 상태, 평균적인 일반 소비자의 인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