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정대리인의 관여 없이 미성년자와 체결한 영업성 계약에 기반해 미성년자에게 2천만 원의 부당한 채무를 주장하면서 미성년자에게 단독 송달돼 확정된 지급명령은 무효이어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미성년자의 법률적 취약성을 악용한 부당한 채무 부담 시도에 제동을 건 법률구조 사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18세로 미성년자인 A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인 B와 함께 하루 동안 운영하는 이른바 ‘일일 코스프레 카페’를 열기로 했다. A는 이를 단순한 체험형 행사이자 소액의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인식하고 참여했다.
그런데 B는 준비 과정에서 비용을 계속 증액한 뒤, 약 2천만 원을 A에게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면서, A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B는 지급명령신청서에 A의 주민등록번호나 법정대리인을 기재하지 않았고, 법원의 지급명령 정본은 미성년자인 A가 직접 수령했다. A가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면서 이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됐고, B는 확정된 지급명령을 근거로 강제집행의 전 단계인 재산명시 절차까지 진행하면서 A를 압박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의 법정대리인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A의 법정대리인을 대리해 B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미성년자가 관여한 ‘일일 카페 운영’이 법정대리인이 허락한 특정 영업에 관한 것인지 여부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소송행위가 유효한지 여부였다.
이 재판에서 A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사건 ‘일일 카페’ 행사는 단순한 일상생활이 아닌 영업적 성격을 가진 행위에 해당하고, 법정대리인의 명시적·묵시적 허락이 없었으므로 금전차용행위를 취소한다.”면서, 아울러 “지급명령의 신청 등이 소송무능력자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소송행위이므로 지급명령이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B가 주장하는 대여금에 대해 실제로 금전이 대여된 사실이 없고, A에게 현존이익이 없다는 점도 함께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민사3단독 최영 판사는 “이 사건 지급명령 신청 및 송달은 모두 소송무능력자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소송행위이므로 지급명령이 무효다. ‘일일 카페 운영’ 행위도 미성년자의 일상생활 범위를 벗어난 영업행위이며, 법정대리인의 허락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대여금 사건의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1항 기재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A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남궁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미성년자의 경제적·법적 취약성을 악용한 부당한 채무 부담 시도를 차단한 사례로, 소송능력 제동의 취지인 미성년자 보호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앞으로도 미성년자, 사회적 약자 등 법적 보호가 필요한 국민이 부당한 채무와 강제집행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법률구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법률 지식이 부족한 미성년자나 사회 초년생들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법원에서 날라온 문서에 위축돼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사례는 확정된 지급명령이라 할지라도 절차적 흠결 등이 있다면 청구이의 소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