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허위 설명한 공인중개사·협회, 임차인 손해 60% 배상해야
  • 부산지방법원 최영 판사, 공인중개사·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동책임 인정
  • [한국법률일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미가입 주택 전세사기 사건에서 임대인의 말만 믿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여부를 허위로 설명한 공인중개사뿐만아니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공동으로 임차인의 손해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차인 A는 전세사기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던 2023년 7월, 공인중개사 B와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 C의 공동중개로 임차기간 1년, 임대보증금 1억 원의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컸던 A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여부를 수차례 문의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이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을 지급하는 보증상품이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은 보증서 등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임대인의 말만을 근거로 A에게 “임대차보증금 보증에 가입되어 있다.”고 설명했고,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보증 가입 여부를 ‘가입’으로 체크하고, 특약사항에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보증반환보증을 가입하며 불가 시에 계약금 반환하기로 한다.”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 이후 A는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공인중개사 B와 C는 중개대상물의 중요사항에 대한 허위 설명으로 임차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한 점이 인정돼, 각각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들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자, A는 공인중개사들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A를 대리해 공인중개사들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인중개사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설명하지 않은 행위에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이 재판과정에서 피고 공인중개사들은 당시 관련 법령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해 확인·설명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과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A가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음에도 임대인의 말만 그대로 전달한 행위는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들이 공인중개사협회와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협회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민사3단독 최영 판사는 공인중개사들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해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6,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최영 판사는 임차인인 A 역시 보증서 등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가 있다고 보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 1억 원의 60%로 제한했다.

    이 소송에서 임차인 A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곽승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사의 위법한 중개행위에 대해 개별 공인중개사뿐 아니라, 당시 관련 법령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해 확인·설명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어도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법률구조공단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는 신한은행의 기금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공단은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와 주거 안정 강화를 위한 법률지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임차인의 확인 책임도 40%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 시 임차인은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기보다는 ‘보증보험 가입 사실 확인서’나 ‘보증서 원본’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계약의 필수 조건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6-01-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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