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 남편이 이혼 전에 배우자의 인감을 도용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해 빚을 떠넘긴 사건에서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강제집행을 막는 데 성공한 법률구조 사례가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민사4단독 이용희 부장판사는 확정된 지급명령 채무자 A씨가 채권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최근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차용금 사건의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1항 기재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압류되는 과정에서, 전 남편이 결혼생활 중 몰래 A씨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사용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고 빌린 5,000만 원의 대여금에 대한 지급명령이 이미 확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A씨는 이혼한 전 남편의 빚을 자신이 왜 갚아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A씨를 대리해 B씨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차용증의 진정성립 여부, 인감도장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 그리고 제3자가 명의도용한 경우에도 채무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이 재판에서 피고 B씨는 “차용증에 A씨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고, 인감증명서의 인감과 일치하므로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면서, 지급명령 강제집행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A씨가 실제로 B씨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사실이 없으며, B씨 역시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전 남편이 결혼생활 중 A씨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임의로 사용해 금전을 차용하고 차용증을 작성한 사실이 증인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A씨가 전 남편에게 차용증 작성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방법원 이용희 부장판사는 원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자 명의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차용증이라 하더라도,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을 품게 하는 사정이 증명된 경우 차용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해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면서, A씨의 청구이의 청구를 인용해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정진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서류의 형식보다 실질적 진정성, 즉 당사자의 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 판결이다. 제3자가 동의 없이 인감도장을 가져가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빌린 경우에도 구제책이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면서, “최근 배우자나 가족이 몰래 명의를 사용해 대출받는 사례가 있다. 공단은 앞으로도 법을 몰라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적법한 절차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