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형제복지원 1975년 이전 강제수용도 국가배상책임 인정···1년당 약 8천만 원 기준
  • 진실화해위원회의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피해자는 현재 643명
  • [한국법률일보] 군사정권 시절 국가에 의한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 차원의 공식 지침인 내무부 훈령 발령 이전의 강제수용 기간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13일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해 피고(대한민국)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항소심을 파기환송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과 부산시와 민간시설인 형제복지원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에 따라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38,000여 명의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를 자행해 650명 이상이 사망한 군사정권 시절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다.

    이 사건은 1975년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민사부는 위헌·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과 부랑아 단속 및 형제복지원과의 위탁계약을 통한 강제수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현실화했고,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면서,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 참작해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함은 1심과 판단을 같이하면서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 사건의 경위를 상세하게 적시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 내용만으로는 5명의 원고들이 1975년 이전에 강제수용이 될 당시에도 국가가 일련의 국가작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면서, 1975년 이전 수용기간을 위자료 산정에서 제외해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를 감액했다.

    이에 이 사건 원고 5명이 상고했고, 피고 대한민국정부는 지난 8월 상고를 취하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에서 적시한 수용 피해 사건의 경위를 검토하면서, 원고들이 이 사건 훈령 발령 이전에 단속돼 형제복지원에 수용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피고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이 사건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또한 1970년대 전반기에도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했던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피고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1975년 이전 기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3일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국가에 의해 인권침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피해가 일부나마 회복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산정 기준이 되는 강제수용 기간 인정 범위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다른 관련 사건에서도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아울러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원고 5명의 1975년 이전 수용기간을 포함해 위자료를 재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제1심은 수용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한 바 있으며, 환송심에서도 이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집단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시설 내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가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모두 643명을 피해자로 진실규명 결정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5-11-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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