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최태원·노소영 1조 3,808억 재산분할 파기환송···이혼과 위자료 20억은 확정
  • “노태우 비자금 300억 지원은 불법원인급여로 재산분할 기여도 배척”
  • [한국법률일보] 대법원이 세기의 이혼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위자료·재산분할소송 상고심에서 반소 재산분할 청구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반소 위자료 청구부분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면서, 1조 3,808억 1,700만 원의 재산분할금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특히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금전 지원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 노소영 관장의 기여로 참작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혼인관계 파탄 전 부부공동재산의 유지·증가를 위해 처분된 재산의 분할대상 제외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반소 재산분할청구 부분에 관해 노태우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피고(노소영)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고, 원고(최태원)가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으며, 원심이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원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반소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해 원심판단에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최태원 SK(주) 대표이사가 2015년 12월 한 언론을 통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의 사이에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노소영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먼저 협의이혼을 시도했으나 결렬되자, 2018년 2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혼을 거부하던 노소영 관장도 2019년 12월 반소로 이혼·위자료·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위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약 8년간 진행돼 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 부장판사)의 1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본소 이혼청구는 기각되고, 노소영 관장의 반소 이혼청구는 인용되면서,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금 665억 원’이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제2가사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본소 이혼청구는 항소기각하고, 반소 노소영 관장의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1,700만 원이 인정됐다.

    대법원의 상고심에서는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원고가 혼인관계 파탄 전에 부부공동재산 형성ㆍ유지와 관련해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위자료 산정의 재량일탈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1부는 먼저, 항소심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 사실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와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원고의 부친 최종현에게 지원했다는 300억 원 가량의 금전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중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 이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은닉해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면서, “따라서 피고가 이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로 주장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으며,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음으로 “혼인관계 파탄 이후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했다면, 그 재산은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서, “원고가 혼인 파탄일인 2019. 12. 4. 이전에 한국고등교육재단, 최종현 학술원, 친인척 등에게 주식을 증여하거나 동생에게 돈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대납한 행위 등은, SK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확보나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한 것으로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분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반소 위자료 청구에 관해서는 “원심이 산정한 위자료 액수 20억 원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해,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됐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노태우의 금전 지원 행위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원심은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와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함으로써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했다는 점과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해 적극재산을 처분했다면 해당 적극재산은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으로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는 점에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소송은 재산분할 대상 재산과 비율 산정에 대해서만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심리하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는 “사위가 장인의 검은 돈으로 부를 축적했는데, 이혼할 때 처가에서 준 돈이 불법자금이라 재산분할을 해줄 수 없다고 하면, 그걸 사위가 다 꿀꺽해도 되나? 생각할수록 이상한 결론이다.”라면서, “이제는 이혼소송 할 때마다 주고받은 돈의 합법성을 따져야 하나? 일선 재판부에서는 어떻게든 이 판결의 적용범위를 축소해석하려 할테고, 그러면 결국 한 사람을 위한 특혜 판결이 되어버립니다.”라고 비평했다.

    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변호사도 “최태원-노소영 대법원 판결은 여러모로 좀 이상하다. 향후 재산분할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쟁점이 여럿 들어있는데, 이렇게 판결을 해도 괜찮을지 의문이다.”라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법원인급여라는 법리를 재산분할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불법적인 자금으로 이익을 본 당사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고 재산분할 제도가 추구하는 공평과 형평의 이념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본다.”라는 비평을 남겼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5-10-17 17:59]
    • 손견정 기자[lawfact.desk@gmail.com]
    • 다른기사보기 손견정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