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관예우, 전관영업 규제, 형식 아닌 본질 겨냥해야
  • 열린법조시민참여연합 추진위원장 김국일
  • 최근 법조계 대표적 논란 중 하나는 ‘전관영업’이다. 과거에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존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법조시장은 로스쿨 제도 도입, 법원 내 사건 임의배당, 전관 취업제한 규정, 내부 감사 시스템 강화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확립되어, 전관의 지위가 사건의 귀결을 좌우하던 시대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러한 제도적 현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아직까지도 ‘전관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에 현혹되기도 한다. 이 점을 악용해 일부 로펌들은 상담 당시에만 전관이 대응하고 이후 진행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을 기만하기도 한다.

    필자는 전관을 무조건 수임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전관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관의 풍부한 경험은 고객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넓혀준다. 문제의 핵심은 전관의 이름만 내세워 결과를 담보하는 듯한 허위·과장 광고, 형식적인 상담,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저연차 변호사에게 사건의 대부분을 맡기는 관행 등이다.

    이와 관련, 새로운 형태의 ‘전관 영업’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변호사가 현직 법관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며 의뢰인을 현혹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나아가 변호사 단체 임원이나 관공서 위원 경력 등을 광고에 활용하여, 고객에게 과거 전관예우를 연상케 하는 기대를 심어 수임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전관영업’이 특정 로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법조계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특정 ‘네트워크 로펌’의 구조적 문제로 국한하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들은 일부 네트워크 로펌이 전관 변호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전국적으로 수임을 확장하는 영업 방식을 문제 삼으며, 이를 ‘이름만 빌려주는’ 전관영업의 구조적 온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름만 빌려주는 식의 기만적인 전관영업은 오히려 중앙의 통제나 협업 시스템이 부재한 별산제나 소규모 로펌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개별 변호사가 자신의 수임에만 책임을 지는 구조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할 유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면 네트워크 로펌은 전체 사무소가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사건의 품질을 중앙에서 관리한다. 이는 전관 변호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특정 지역이나 개인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일정한 수준의 법률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협업 시스템은 의뢰인을 기만하는 전관영업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따라서 법조계의 모든 폐해를 네트워크 로펌에 전가하는 것은 사실에도, 제도 개선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사태의 본질은 ‘의뢰인을 기만하는 행위’에 초점을 둬야 하며, 협업 운영 구조 자체를 낙인찍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실력과 경험으로 사건에 헌신하는 전관 변호사, 그리고 협업과 전문화를 통해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로펌 구조까지 싸잡아 낙인찍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과 고객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법조 전체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지금 시급한 것은 로펌의 운영 방식을 가르는 마녀사냥식 처단이 아닌, 전관예우의 잔재를 근절하고 실력으로 평가받는 투명한 법조문화를 세우는 일이다.
  • 글쓴날 : [25-10-13 15:45]
    • 김명훈 기자[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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