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2025년 임금체불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금체불사건 사법처리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정부의 대지급금 지급 요건 강화로 인해 피해 노동자들의 신속한 구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만안구, 재선) 의원과 김위상 국민의힘 (비례, 초선) 의원이 각각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최근 5년간 임금체불 금액은 2020년 1조5천830억 원에서, 2021년 1조3천504억 원, 2022년 1조3천472억 원, 2023년 1조7천845억 원이었다가, 2024년에는 2조448억 원으로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고, 2025년은 7월까지 이미 1조3천420억 원이 발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 수는 2020년 29만4천312명에서 2021년 24만7천5명, 2022년 23만7천501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 27만5천432명, 2024년 28만3천212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고, 2025년은 7월까지 이미 17만3천57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연말까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인당 평균 체불 금액도 2020년 537만 원에서 2025년 7월 기준 775만 원으로 약 1.4배 증가해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임금체불 사건의 사법처리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고된 임금체불 사건 중 기소·불기소 등으로 처리된 비율인 사법처리율은 2020년 30.4%, 2021년 29.7%, 2022년 25.4%, 2023년 22.6%, 2024년 20.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25년 7월 기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전체의 22.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11만5만471건의 임금체불 사건 중 4만7천378건 즉 41.0%가 노동자의 처벌 불원서 제출로 반의사불벌 처리됐다.
한편, 최근 3년 내 임금체불을 2차례 이상 반복한 사업장은 5,531곳이었고, 근로감독관 지도 처리로 해결된 사업장은 4만4천485곳으로 집계됐다.
김위상 의원은 “그간 여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이 근절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대지급금 회수 국세 체납처분 절차 준용 등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부정수급 방지 위한 체불확인서 발급지침 개정 후, 대지급금 청구용 체불확인서 발급 줄어
고용노동부는 일부 사업주가 체불청산 노력은 없이, 대지급금에 의존하거나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2024. 4. 22. 대지급금 청구용 체불임금 확인서 발급요건을 강화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체불확인서 발급지침 개정 이후, 체불임금은 늘고 있는데,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발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발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만 건이 넘던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서 발급건수가 2024년 6만여 건으로 줄었다.
체불임금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발급이 줄어든 것은 고용노동부의 발급 지침 변경으로 인한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지침 변경 이후, 오히려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등 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대지급금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대지급금’은 근로자가 기업의 도산 등으로 인해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 등을 지급함으로써 체불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로 2021년 개정 ‘임금채권보장법’ 시행으로 ‘체당금’에서 ‘체불임금등 대지급금’으로 용어가 변경됐다.
‘대지급금’은 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 결정, 지방고용노동관서의 도산 등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도산대지급금’과 미지급 임금 등의 지급을 명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로 체불임금 등이 확인된 경우, 퇴직 근로자 또는 최저임금 110% 미만 저소득 재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간이대지급금’이 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확인서 발급지침 변경에 따라, 공공성이 담보된 객관적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대지급금용 체불확인서’가 아닌 ‘소송제기용 체불확인서’ 발급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침 개정 이후, ‘소송제기용 체불확인서’ 발급만 확연히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용도별 발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송제기용 확인서 발급은 약 2만 건이었으나, 지침이 개정된 2024년에는 3만 건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8월까지 발급된 소송제기용 확인서는 2만3천 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입법연구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효중 노무법인 현장 노무사는 “대지급금용 체불확인서 발급의 취지는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를 신속 구제하는 것이다.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영세 사업장 노동자나 이주노동자와 같이 열악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에 대한 구제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대지급금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의원은 “노동부의 발급지침 변경 직후, 이미 대지급금 발급이 어려워져 피해는 노동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된 만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소송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노동부 자료로도 해당 문제가 확인된 만큼 노동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지급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사업주로부터 회수하는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대지급금 지급액은 4,144억 원이며, 누적 회수율은 29.7%에 불과하다.
김위상 의원은 “그간 여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이 근절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지급금 회수 국세 체납처분 절차 준용 등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달 2일,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다.”라면서, “구조적 체불 원인 차단, 상습 체불 사업주 강력 제재 및 경제적 불이익 강화, 숨어있는 체불의 선제적 청산을 위해 근로감독 강화, 체불 피해 노동자 생계 보호를 위한 대지급금 지급 범위 확대와 체불 사업주가 정부 지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제금 회수율 제고를 위한 회수전담센터 설치 및 국세와 같은 강제징수 절차 도입 검토 등의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