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자산 규범, ESG 확산, 비자문제 등은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리걸테크의 부상은 글로벌 법률시장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취업과 유학, 이민을 준비하는 개인, 투자에 나서는 일반인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다. 비자, 국제 세금, 디지털 저작권 같은 법률문제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최근 미국 비자 사태는 대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불안정한 국제 법률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법인 대륜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에 현지 법무법인을 설립했다. 단순한 사무소 확장이 아니라 현지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원펌 시스템’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륜은 본사에서 모든 지점을 본사 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어느 사무소를 찾더라도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표준화와 신뢰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더불어 해외 진출 과정에서의 복잡한 서류와 인허가, 현지 인재 채용, HR시스템 같은 실무적인 과제도 직접 해결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는 법률서비스를 넓히는 차원을 넘어 해외 로펌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또한 앞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려는 국내 다른 로펌에도 중요한 정보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제도와 문화의 차이, 예기치 못한 규제, 언어와 업무 방식의 차이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대륜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법조계 전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며, 다른 로펌과 변호사들에게도 실질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인력과 비용, 시간이 들었지만 이 모든 노하우를 관련 업계에 공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 로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로펌이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변호사가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가적 지원과 대한변협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로펌 설립과 운영 지원, 국제 분쟁·투자 분야 인재 양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은 법률서비스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 법조시장의 대처가 늦으면 기회는 경쟁국으로 넘어간다.
국내 법률시장은 한미 FTA와 외국법자문사법 시행을 통해 이미 단계적으로 개방해 왔다. 현재 글로벌 대형 로펌들이 진출해 국내 기업과 민간에 많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 등이 2024년 외국 로펌에게 법률서비스 비용으로 사상 최대인 3조 1,280억 원을 지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만으로도 국내외 로펌 시장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륜의 뉴욕·워싱턴 사무소 설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도 투자와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계약 검토, 전자증거개시(e-Discovery) 솔루션, 디지털 송무 플랫폼 등은 이미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협력 모델을 확장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별성과가 우리 법조계 전체의 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대한변협의 제도적 뒷받침과 국가 차원의 정책, 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법조계는 더 이상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기회를 만들어갈 때, 국내 법률시장은 K-컬처와 K-뷰티의 성공을 잇는 ‘K-법률의 시대’를 열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륜 김국일 경영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