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버스기사가 가해자인 배차과장과 버스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해자뿐만 아니라 버스회사에 대해서도 공동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법률구조 사례가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민사4단독 권기백 부장판사는 버스기사 A씨가 경주시 시내버스 회사 ㈜새천년미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1. 피고는 (배차과장) 김OO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8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19년 3월부터 경주시 시내버스 운송업체인 ㈜새천년미소에 고용돼 버스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다른 기사들에 비해 노후 차량 배정 및 불리한 근무 스케줄을 지속적으로 배차받았다. 이에 배차과장에게 항의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결국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고용노동청은 괴롭힘 사실을 인정해 B법인에 시정지시를 내렸고, 배차과장은 퇴사했으나 이 과정에서 회사와의 갈등이 심화된 A씨는 결국 해고됐다. A씨는 이에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A씨를 대리해 배차과장과 회사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업주인 ㈜새천년미소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이 재판 과정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오동현 변호사는 특히 “노동청의 개선지도가 있었던 만큼, 이는 명백히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배차과장은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아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그러나 버스회사측은 “배차과장의 개인적인 괴롭힘이었고, 고용노동청의 개선지도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서, “또한 노후 차량 배정은 기사들의 선호가 엇갈린다는 점을 들어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에 오동현 변호사는 “노동청 개선지도 후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과 보고 의무를 이행했다. “괴롭힘 사실을 몰랐다.”는 버스회사의 주장은 거짓이다.”라고 반박하면서, “또한 배차과장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용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민사4단독 권기백 부장판사는 청구원인에 대해 “이 사건의 배차행위는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즉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피고는 배차과장의 사용자로서 배차과장이 그 사무집행에 관해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권기백 부장판사는 피고의 면책 항변에 대해서도 “피고가 배차과장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할 책임은 피고에게 있는데(민법 제756조 제1항),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면책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오동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가해자보다 축소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사업주의 책임을 가해자와 동등하게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과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소송지원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근로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률구조서비스 제공을 통한 법률복지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피고 ㈜새천년미소가 불복하면서 항소해 이 사건은 대구지방법원 제1민사부에서 항소심이 계속된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