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근거 대검예규 공개···“검찰 수사통치 민낯, 즉각 폐지돼야”
  • ‘검찰, 초법적 비공개 예규로 수사권 남용···다수의 비공개예규 운영 중, 목록조차 비공개’
  • [한국법률일보]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의 근거로 삼았던 비공개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검사수사개시지침’)이 공개됐다.

    참여연대(대표자 백미순·진영종·한상희)는 18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대검찰청이 보내온 ‘검사수사개시지침’을 공개하고 해당 예규의 문제점과 이를 근거로 내세우며 수사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숙연 대법관, 주심 대법관 오석준, 이흥구·노경필 대법관)는 참여연대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8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검찰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23년 9월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청법과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상 명예훼손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범죄임에도, 검찰은 대검찰청의 비공개 예규인 ‘검사수사개시지침’의 ‘직접 관련성’ 규정을 내세우며 초법적 수사를 강행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2023년 11월, 해당 예규의 전문과 개정 연혁 및 개정 내용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대검찰청은 3일 뒤, “수사, 공소의 제기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했다.

    참여연대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으나 대검은 이를 기각했고, 결국 참여연대는 2024년 1월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1·2·3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대검찰청은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즉각 공개하지 않다가, 9월 2일 참여연대가 공개 촉구 공문을 발송한 이후 예규 일체를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비공개 예규의 문제점은 모법인 검찰청법 제4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라는 제한을 합리적 근거 없이 확장했다는 것이다. 이 초법적 예규는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 내부에서 검사의 수사개시를 통한 직접 수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근거로 인식돼 왔다.”면서, “이 예규의 제·개정은 2020년과 2022년에 이루어진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법률을 명시적으로, 행정입법을 통해 무력화시켰고, 입법에 의한 행정통제, 특히 검찰통제가 작동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법치주의의 중대한 훼손이다.”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법률로 명시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의 한계를 대검의 자체 기준에 의해 넓혔다는 점에서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를 넘는 사건의 수사 개시와 그 이후의 수사활동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직접관련성’의 범위를 넘는 사건에 대한 수사개시는 법적 근거가 없거나 법률에 위반되는 수사활동이어서 그 법적 효력이 공소제기 이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예규를 비공개 상태로 운영한 점도 문제다. 서울행정법원이 적시한 바와 같이, ‘수사의 투명성’은 헌법이 천명하는 적법절차원칙(제12조 제1항)에 의한 수사의 한 요소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검찰은 이 이외에도 다수의 비공개예규를 제정·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공개예규의 목록조차 비공개 상태다.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관의 활동에서 비밀주의가 일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검찰권력이 일상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비공개로 운영돼 온 ‘검사수사개시지침’은 법률적 차원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입법하더라도 기관의 내부적 논리에 의하여 쉽사리 이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 정보공개소송의 최종 승소와 그에 따른 예규의 공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향후 검찰개혁 입법과정에서도 법률적 차원의 제도 설계와 함께, 실무운영에 대한 상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끝으로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개시 근거로 쓰인 ‘대검 비공개 예규’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을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아울러 수사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 오욕의 역사가 짧지 않은 만큼 이재명 정부는 수사-기소의 조직적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을 흔들임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가 검찰의 ‘예규 통치’와 결합해 입법권을 잠탈했던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5-09-19 15:13]
    • 손견정 기자[lawfact.desk@gmail.com]
    • 다른기사보기 손견정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