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7월 24일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공식 취임했다.
앞서 대한민국국회(국회의장 우원식)는 7월 23일(수) 제42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후보자를 겸하는 헌법재판소장(김상환) 임명동의안’을 총 투표수 264표 가운데 찬성 206표, 반대 49표, 기권 9표로 가결 처리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통해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소장으로서의 책무”라면서, “그 중심에는 ‘믿고 승복하는 재판, 헌법의 뜻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심판절차가 합리적인지, 심리가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충실하고 객관적인 논증을 담아내는지, 종국결정이 우리 헌법의 뜻과 정신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면서, “내용상 좋은 재판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외관상으로도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5. 7. 24.자로 헌법재판소장 비서실 선임비서관으로 박용화 과장을 전보발령했다.
다음은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15년 만에 헌법재판소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국민의 신뢰 위에 더욱 굳건해진 헌법재판소의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 질서 수호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 애써주신 선배․동료 재판관님과 헌법연구관, 그리고 사무처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마음을 담아 경의를 표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제가 법조인의 길을 가고자 마음먹고 준비하던 무렵 지금의 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저는 30여년의 법관 생활 동안 우리 헌법의 탄생을 위한 국민의 희생과 헌법 조항 하나 하나에 담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잊지 않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장의 무거운 소임을 맡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우리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자 합니다.
저는, 헌법재판소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통하여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저에게 맡겨진 주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는 ‘믿고 승복하는 재판, 헌법의 뜻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추상적 헌법 조항을 현실에 구체화하고, 우리 사회가 헌법이 예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통하여 우리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성실하게 구현할 때, 헌법재판권한을 부여한 국민의 믿음은 더욱 두터워질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37년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헌신한 자랑스러운 역사이지만, 이에 만족하여 긴장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심판절차가 합리적인지, 심리가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충실하고 객관적인 논증을 담아내는지, 종국결정이 우리 헌법의 뜻과 정신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점검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은 국민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 행사의 전제임을 명심하고, 어떠한 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 사회의 현실, 갈등과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수 국민의 법의식과 소망은 물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용상 좋은 재판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홍보나 광고를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헌법재판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국민의 절차 접근성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심리과정에서의 논증을 결정문상 명확하고 평이한 언어로 옮기는 일은, 국민의 헌법과 헌법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결정을 더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우리는 실제로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보여야 합니다. 스스로를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위치에 둠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판부의 공백이 비로소 해소되고, 온전한 재판부의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심리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결정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되고 개인의 권리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서는 안 됩니다.
국가권력이 헌법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재판 본연의 역할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합시다. 우리의 역량을 더욱 길러나갑시다. 저는 필요한 제도 개선과 정보화시스템 개발 및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저 혼자나 소수의 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토론하고, 개방적이고 열린 자세로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속에서 좋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보다 나은 헌법재판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 모두의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장 낮은 자세로 배우고 넓게 듣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국민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의 행사가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게 실현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헌법이 우리 사회 모든 곳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생활규범이 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님들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모두가 함께 힘써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헌법재판소의 노력을 지켜봐주시고, 성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5. 7. 24.
헌법재판소장 김상환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