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손준성 검사의 일부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재판장 김형두 재판관, 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는 17일 재판관 7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그 중대성을 부정한 결정에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인정하고도 파면하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떤 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겠는가.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 온 검찰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어야 함에도 또다시 법률과 헌법을 위반하여 권한을 오남용해 온 검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의 손준성 검사 탄핵 기각 결정은 애써 정의를 외면한 결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손준성 검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1차 고발장 관련 자료, 실명 판결문과 1·2차 고발장 사진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원본 생성해 누군가에게 전송함으로써,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구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및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헌법 제7조 제1항)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1·2차 고발장이 국회의원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담고 완성된 형태로 준비되어 있었으며, 고도의 정치적 민감성을 지닌 정보를 생성해 전달한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손 검사가 이 사건 실명 판결문이나 1·2차 고발장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통제하거나 이를 지속적으로 확인·관리했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손 검사와 김웅, 나아가 미래통합당 사이에 명확한 연결 고리는 드러나지 않으며, 실제로 1·2차 고발장이 선거일까지 대검찰청에 접수되지 않았고, 이러한 고발장의 존재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거나 선거에 활용된 사실도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러한 법률 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손준성 검사의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민변은 “헌법과 법률의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파면하지 아니한 결정은 검찰의 책임성을 후퇴시키고, 검찰 조직의 각종 법위반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위반은 법률과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대한 의무의 위반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한 고발사주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검사가 파면되지 않는 결과를 어느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민변은 이번 결정이 현재 헌법재판관 7인 전원의 의견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하면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를 원한다면 법대의 위에서 국민을 내려보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마음을 읽는 재판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참여연대도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징계절차로는 해임까지만 가능하고, 탄핵을 통해서만 파면할 수 있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이어져 온 바, 검사탄핵은 검찰의 권한오남용을 견제하는 헌법적 장치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파면 결정으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간첩조작 공소권 남용’ 안동완, ‘각종 개인 비위’ 이정섭, ‘김건희 무혐의’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고발사주’ 손준성 탄핵까지 기각하면서 헌법재판소는 단 한 명의 검사도 파면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권한 오남용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고발사주’ 사건 관련 윤석열·한동훈 등 재수사에 나선 공수처에 대해 “손준성은 이번에 책임을 피해 갔지만, ‘고발사주’ 혐의자 모두가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공수처는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