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부부가 합의로 별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성년 자녀를 단독으로 양육하고 있는 배우자의 동의 없이 어린이집에서 데려간 행위는 ‘미성년자 유인죄’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서경환 대법관, 주심 마용주 대법관, 노태악·신숙희 대법관)는 폭행과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3개월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4월, 부부간의 합의로 별거하던 중, 아내 B씨가 양육하던 1세와 2세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A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한다, 아이들 엄마와 함께 꽃구경 갈 것이다.”라고 거짓말을 해 자녀들을 하원시켜 데려갔다. 당시 자녀들의 양육은 B씨가 기존 주거지에서 전담하고 있었고, A씨는 사전에 B씨와 자녀들의 양육상태의 변경 등에 관해 의견을 구한 바도 없었다. A씨는 또한 2021년 8월 B씨에게 폭언을 하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도 함께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자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감호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서, A씨의 미성년자 유인 행위가 “이혼 소송이 임박한 상황에서 임의로 피해자들의 양육 상태를 변경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져 피해자들의 복리뿐만 아니라 가사 절차의 공정한 진행까지 해할 가능성이 발생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하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의정부지방법원 재판부도 A씨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양형에 있어서는 “B씨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과 미성년자 유인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처하게 된 양육 환경이 대체로 양호했던 점 등을 유리한 정상”이라고 보고,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죄질도 불량한 점, 미성년자 유인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강도상해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마친 후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히면서, A씨의 형을 징역 3개월로 감형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결에 미성년자유인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유인죄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해 미성년자를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미성년자를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라고 확인하면서, “미성년자가 보호감독자나 그로부터 보호감독을 위임받은 자의 사실적 지배하에 있는 경우는 그들도 이러한 기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한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하여 미성년자나 보호감독자를 꾀어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유인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이혼 또는 별거 상황에서의 자녀 양육권 분쟁 시 부모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의 양육권을 침해하면서 자녀를 데려가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