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행사 관련 서울경찰청 내부 자료를 삭제하라고 부하 경찰관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홍다선 판사는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아 온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에게 9일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박성민 전 정보부장이 ‘핼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로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등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토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에서 2024년 2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과는 별개로 추가 기소된 건이다.
홍다선 판사는 이날 판결 이유로 “박성민의 지시가 사고 발생 우려와 대책 마련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지적된 보고서의 폐기를 의미하고, 이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관련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태원참사는 유가족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깊은 상처와 국가 사회 안전 시스템에 대한 좌절감과 불신을 안긴 사건이다. 수습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치부가 드러날지언정 수사 및 감찰에 협조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홍다선 판사는 양형사유로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사실관계를 은폐하고자 증거를 은닉해 형사사법기능을 위태롭게 하고도 여전히 국가 형벌권 실현을 방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고 수습과정에 관여해 사실관계를 축소, 왜곡 시도하는 행위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이 사회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박성민 실형 선고 당연한 결과”라는 논평을 내고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이태원 참사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직전 경찰이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도리어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파기하고 은폐·축소하기 급급했던 것과 관련해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사례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서울경찰청에서 작성된 정보보고서는 2022년 핼러윈데이를 즈음해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밀집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경찰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데에 정보보고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피고인 박성민은 참사의 책임 소재가 경찰 내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정보보고서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에 중요한 자료이며, 경찰 수뇌부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성부를 밝히는 데에 핵심적인 자료”라면서, “재판부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피고인 박성민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다른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항소심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법부는 이들에 대해 엄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아울러 “지난해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최근 조사개시 결정도 이뤄진 상황이다.”라면서, “참사의 진상규명은 일부 공직자의 형사처벌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경찰이 은폐하려고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