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타고 횡단보도 건너던 노인 교통사고···보행자 판단 기준은?
  • 법무법인 대륜 길세철 형사전문변호사
  • 1. 들어가며

    현행법상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돼 자전거 도로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다면 차도로 운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일반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 이를 끌고 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사건을 통해 보행자 판단 기준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자전거 운전자를 보행자로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

    가. 사안

    먼저, 필자가 과거 맡았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으로 법률적 쟁점을 알아보자. 해당 사건은 피고인이 우회전을 하던 도중 녹색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지나던 70대 자전거 운전자를 충격해 전치 14주 상해를 입힌 건이다.

    본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차량 간 사고로 처리되지만, 본 건의 경우 검사 측에서 피해자를 차가 아닌 보행자로 인식해 기소했다. 근거가 된 법령은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4항 1호였다. 해당 조항에는 예외적으로 ‘어린이, 노인,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 쟁점

    검찰은 해당 예외 조항을 언급하며 유죄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보행하던 아동의 교통사고건을 그 예시로 제시했다. 또, 이와 유사한 건들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을 강조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약877, 의정부지방법원 2019고단2891 판결 등). 이와 더불어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를 보행자에 준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판례도 이유로 들었다(서울남부지법 2024고합247 판결). 일부 판결에서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보행자로 인식해 보호해야 한다고 봤다면, 노인과 장애인 역시 보행자에 해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아울러 ‘보도’와 ‘횡단보도’의 개념 역시 주요 근거가 됐다. 검찰은 보도가 횡단보도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므로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4항 1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자전거로 건너는 아이, 노인 등은 보행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다. 판결요지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 제13조의2 6항에 따라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 공소를 기각했다. 특히 동법이 보도와 횡단보도를 준별하고 있어 횡단보도에서 어린이 및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일반적인 보도의 경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기만 하다면 자전거를 운행하며 서행 및 일시정지 하도록 한다. 반면, 횡단보도는 자전거 등에서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도의 개념과는 완전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2심은 검사 측이 주장하는 법리 오해의 잘못은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라. 해설

    검찰은 어린이의 경우 보행자에 준해 보호하는데 어린이와 노인 등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노인이라는 사정만으로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횡단한 피해자를 보행자로 해석하는 것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흔히 인도로 불리는 ‘보도’는 보행자 도로의 줄임말로, 보행자의 통행에 사용하는 길이다. 따라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횡단하도록 도로에 설치한 보행자 시설인 ‘횡단보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이 근거로 내세운 법리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경우 해당 사건의 가해자의 행위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게 돼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륜 길세철 형사전문변호사

  • 글쓴날 : [25-06-19 11:10]
    • 김명훈 기자[lawfact1@gmail.com]
    • 다른기사보기 김명훈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