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장모가 딸의 결혼 직후 사위 앞으로 자신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는데 딸이 병으로 사망하자 1년 후 재혼한 사위를 상대로 명의신탁을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한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 법원이 모두 명의신탁을 불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 염기창·한숙희 부장판사)는 장모 A씨가 사위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최근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판결문 등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8월경 A씨의 딸인 C씨와 결혼했다. A씨는 2015년 9월초, 본인 소유의 서울 중구 소재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사위 B씨 앞으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그런데 C씨는 2016년 5월 병으로 사망했고, B씨는 2017년 5월경 재혼했다.
A씨는 사위에게 이 사건 부동산 소유권등기를 이전할 당시 발생한 취득세와 등록세 등 비용을 부담했고, 이전 후에도 등기권리증을 계속 소지하고 있으며, 부동산 임차인으로부터 차임을 계속 수령해 왔다.
A씨는 2021년 11월에서야, B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의 소유인데, 원고는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이를 사위였던 피고에게 명의신탁했다. 그러나 이 명의신탁 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고, 그에 따라 마쳐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 무효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와 변호사는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했으므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다.”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8민사단독 임상은 판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상은 판사는 그 판단의 이유로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의 명의를 이전해 준 이후에도 그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계속 행사했다고 해서 곧바로 이를 증여가 아닌 명의신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사위였던 피고에게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이후에도 이 사건 부동산에서 발생한 차임을 수령해 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약정서가 작성된 사실은 없으며,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등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피고에게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나, 당시 원고가 위와 같은 세금 등 문제로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임상은 판사는 이어 “법리와 인적 관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실질적 소유자로서 명의만을 피고에게 신탁했다고 보기 어렵고, 딸 C가 지병으로 투병 중이었으므로 간병 중인 사위를 위하여 장모가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 관련 업무를 대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해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임상은 판사는 아울러 “피고는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후 재산세를 직접 납부해 왔다.”면서, “원고가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 2015년 9월 이후 소를 제기하기 약 1개월 전인 2021년 10월 경까지 피고에게 명의신탁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소유권을 다시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2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항소심에서 조사한 증거를 보태어 보더라도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나 명의신탁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 이유로 먼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당시 C씨가 입원 등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장모가 자신의 딸과 갓 혼인한 사위에게 건강이 좋지 않은 딸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흔히 있거나 충분히 상정 가능한 일이고, 이는 당시 C씨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의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 당시 C씨의 건강 상태가 진학을 계획하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서 원고를 포함한 가족들이 C씨가 머지않아 사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자녀 부부에게 그 소유권을 넘기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부동산이 향후 원고가 사망하면 결국 C씨 부부가 상속을 통해 그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하게 될 재산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일시적으로 명의만을 이전했다가 자신의 생전에 다시 피고로부터 그 소유권을 반환받을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일반적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원고는 나중에 결국 자녀 부부에게 상속될 재산을 미리 앞당겨 그들에게 증여함으로써 건강보험료를 절감하고 향후 다액의 상속세 부담을 피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누림과 동시에, 아픈 딸을 돌보는 피고와의 관계도 원만히 유지해 딸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는 등 다방면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고려해, 이 사건 부동산을 자녀 부부에게(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피고에게) 증여하는 취지로 그 소유권을 이전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부동산 명의 이전으로 취득세 및 등록세를 포함해 합계 약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당시 그로 인해 원고가 절감할 수 있었던 경제적 부담은 건강보험료 월 약 수십만 원과 재산세 연 약 수만 원에 불과한 점, 원고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것이라면 이후에 그 명의 환원 시 필연적으로 재차 취득세, 등록세 등을 부담하게 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단지 위와 같은 정도의 경제적 부담 절감 효과를 얻고자 수백만 원 상당의 비용을 감수하면서 일시적으로 부동산의 소유자 명의만을 피고에게 신탁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C씨 사망 후 피고와 그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데, 만일 이 사건 부동산이 단순히 명의신탁된 것이었다면 원고의 입장에서는 피고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약정서도 작성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추후 피고로부터 그 소유권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위 논의 당시 소유 명의의 환원을 요구하거나 이를 보장받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끝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차임이 크지 않은 금액이어서 피고가 도의적 차원에서 또는 분쟁을 피하고자 C 사망 이후에도 원고로 하여금 그 차임을 계속 수령하도록 용인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부동산명의신탁 전문변호사인 박관우 법무법인(유) 강남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등기의 추정력’과 ‘명의신탁의 입증책임’에 있고, 가족 간 부동산 거래가 명의신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면서, “친족 간 특수 관계에서는 ‘증여’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명의신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등기권리증 소지나 일부 관리 행위를 넘어 명의신탁 약정의 존재와 그 목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와 논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