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의 효력을 본안 헌법소원 결정 시까지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16일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2025헌사399)
한덕수 권한대행이 4월 8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 데 이어 4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지명을 강행한 지 8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에 기초한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및 헌법재판관 임명 등 일체의 임명절차의 속행은 헌법재판소의 본안 사건(2025헌마397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확인)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된다.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인인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행위 등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권한을 벗어났고, 이로 인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되지 않은 재판관에게 헌법소원심판(김정환 변호사는 2024헌마1131 계엄사령부 포고령 위헌확인 사건의 당사자)을 받게 돼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4월 9일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먼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민사재판, 형사재판, 행정재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만약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하는 행위로 인하여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하여 헌법재판을 받게 되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임명의사를 공표함과 동시에 그 임명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그에 따라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 제3항, 제4항 상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재판관 임명이 가능해진다.”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 선고 전에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본안심판이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 인용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와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신청인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나면, 신청인이 적시에 이 사건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다투거나 이 사건 후보자가 헌법재판의 심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이 사건 후보자가 관여해 종국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신청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피신청인은 인사청문회법상 일정 기간 후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으므로, 가처분 인용을 통해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끝으로 가처분 인용과 기각 시의 이익을 형량했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될 것이나, 2인의 재판관이 퇴임한 2025. 4. 19.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반면, 가처분을 기각했다가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법재판소의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짚었다.
헌법재판소는 특히 “만일 이 사건 후보자가 관여한 결정에 대해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한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어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면서, “재심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때까지 이 사건 후보자가 관여한 다수의 헌법재판사건의 재심으로 인해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 사건의 피신청인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측은 법무법인 정론 최창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이번 가처분 심리에 대응해 왔는데, “재판관 후보자 발표만 했을 뿐 지명한 것은 아니고 아직 공식적인 인사 절차가 개시되지 않았으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취지의 한 대행 측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피신청인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의사를 공표함과 동시에 그 임명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것”이라면서 일축했다.
시민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